대만, 아시아 최초 동성 결혼 합법화

‘젠더와 계급 연구회’ 객원연구원 왕야팡이 2017년과 2016년에 쓴  두 개의 글입니다.

 

대만,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다

왕야팡 王雅芳(대만인 유학생). 2017. 5. 25.

5월 24일 대만 사법원 대법관회의(한국의 헌법재판소)가 민법에서 동성 2인의 혼인을 금지하는 게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입법기관은 2년 안에 법률을 수정하거나 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성애 커플은 스스로 호정사무소(戶政事務所)에 가서 혼인 등록을 하면 된다. 이로써 대만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됐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입법원(국회) 앞에서 판결 결과를 기다린 동성혼 지지자 수백 명은 눈물을 흘리며 큰 환호성을 터트렸다. 역설적이게도 같은 날 한국에서는 동성애자 군인이 합의된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군형법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헌법 해석안을 신청한 주체는 대만 동성애자 운동의 선구자인 치이자웨이(祁家威)와 타이페이시 정부다. 치이자웨이는 1986년 대만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이자 30년 넘게 동성애자 운동을 이끌어 온 사람이다. 그는 두 차례에 걸쳐 동성 혼인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그는 ≪민법≫에서 “동성 2인이 법률상 혼인관계를 성립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2000년과 2015년 두 차례 헌법 해석을 신청했다. 한편 타이페이시 정부는 최근 동성애자들의 결혼 신청이 급증했지만 민법 때문에 수리하지 못하자, 2015년에 민법 규정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 해석을 신청했다.
대만 사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여 올해 3월 동성혼 헌법 해석 변론회를 열었고, 두 달 뒤 해석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해석문은 민법의 동성 결혼 금지 규정이 헌법에서 보장한 인민혼인자유와 인민평등권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먼저, 대법관회의는 혼인 자유가 인격의 건전한 발전과 인간 존엄 유지에 관한 것으로 보고, 혼인이라는 친밀하고 배타적인 영구적 결합에 대한 요구·능력·의향·갈망에 있어 동성 성적 지향자는 이성 성적 지향자와 일치한다고 봤다. 따라서 동성애자도 헌법 제22조 혼인자유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평등권에 대해서도 현행 민법에서 1남1녀의 결합 관계만을 규정하는 것은 성적 지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이는 동성 성적 지향자의 혼인 자유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 제7조의 평등권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대법관회의는 또한 명확하게 동성애자의 인권을 옹호한다. 해석문에서 “성적 지향은 바꾸기 어려운 개인의 특징(immutable characteristics)이며,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의학 기구들은 모두 동성 성적 지향 자체가 병이 아닌 것을 인정한다”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이어 사회전통이나 풍습 때문에 오랫동안 현실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배척·차별을 받아 온 동성애자들은 정치적 약자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민주적 절차보다도 더 엄격한 심사의 표준으로 그들의 헌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 헌법 해석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동성 결혼 평등권 보장을 민법 수정으로 할지, 아니면 특별법 제정으로 할지에 대해 정하지 않고, 재량권을 입법 자유로 치부했다. 대만의 성별단체(性別團體)들은 특별법 제정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기 때문에 민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지난해 12월 26일 대만 입법원의 사법·법제위원회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민법 수정안을 설명하는 제1독회를 했지만, 그 후 보수적 종교·학부모 단체의 거센 반대로 방치돼 왔다. 법안은 후속 여야 협상을 거쳐 제2, 3독회를 통과해야 한다. 동성결혼 지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는 더는 지체하지 말고 법제화로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 대만이 정말로 ‘아시아 성소수자의 등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노동자 연대> 209호. 2017-05-25

동성결혼 합법화가 한 걸음 더 나아가다

왕야팡 王雅芳(2016. 12. 30)

12월 26일 대만 입법원(국회)의 사법·법제 위원회가 사상 처음 실질적으로 동성결혼 법안을 심사했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담은 민법 수정안은 세 시간의 논의를 거쳐 통과돼 합법화에 한발 더 나아갔다.
이 소식을 듣고 입법원 밖에 있던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자 3만 3천 명은 환호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린 사람도 적지 않았다.

동성결혼 합법화하라 동성결혼 법안의 사법·법제 위원회 통과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사람들.

동성결혼 합법화하라 동성결혼 법안의 사법·법제 위원회 통과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12월 19일부터 심사 전날까지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 단체인 ‘혼인평권 작은 꿀벌’(婚姻平權小蜜蜂)은 동성결혼 법안에 대한 지지를 확대하고자 전국 각지에서 거리 선전을 활발히 벌였다.(대만의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에 대해서는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다‘를 보시오.)
동성애 운동 단체 ‘동지자문핫라인협회’(同志諮詢熱線協會) 비서장인 펑치묘(彭治謬)는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이 동성애자에게 평등한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논의하는 것이야말로 인권을 보장하는 일이며 입법원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입법원 바깥의 다른 곳에서는 반(反) 동성애 단체 소속 1만 3천 명이 ‘차이잉원(총통) 하야하라’, ‘심사를 중단하라’, ‘국민투표로 결정하라’ 하고 외치며 시위를 했다.
이번 심사를 통해 동성결혼 법제화의 다음 단계인 조야협상(朝野協商, 여야협상)으로 넘겨지게 된 민법 수정안은 두 버전이 있다. 하나는 3대 정당인 민진당, 국민당 및 시대역량 당의 초안들을 수정·통합한 안이고, 다른 하나는 새롭게 제출·심의된 민진당 입법위원 차이이위(蔡易餘)의 안이다.
3당 통합안의 핵심 내용은 “이성 혹은 동성의 혼인 당사자는 평등하게 본법 및 다른 법규에서 부처(夫妻), 배우(配偶)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이성 혹은 동성 배우는 평등하게 본법 혹은 다른 법규에서 부모자녀, 친족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이다. 동성 가정도 동등하게 민법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혼인 체결을 규정하는 기존 조항(“혼약은 남녀 당사자가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동성 혼인은 쌍방 당사자가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애초에는 기존 조항의 ‘남녀’를 ‘쌍방’으로 수정하는 안이 논의됐었다. 사법·법제 위원회가 반대 여론을 의식해 일부 후퇴한 것이다.
그런데 차이이위(蔡易餘)의 안은 문제가 더 크다. 그는 “신성한 일부일처의 혼인제도를 규정하는 민법에 [포함시키는 게] 아니라 동성결혼 특별법을 정하라”는 반(反) 동성애 세력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해 민법에서 ‘동성결혼전장(同性婚姻專章)’을 신설했다. 동성결혼을 법제화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 안은 성평등 운동 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같은 민법 안에서 동성결혼을 이성결혼과 분리시킴으로써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차이를 부당하게 조장한다는 이유다.

특별법은 차별적

한편 ‘동성결혼 특별법’ 요구를 완전히 수용하려 하는 목소리도 사법·법제 위원회에서 나왔다. 민진당과 국민당의 의원총회 총소집인들은 둘다 동성결혼 특별법 제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별법을 만드는 안도 조야협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내년 초 열릴 차기 입법원 회기에서 조야협상을 거쳐 2, 3 독회를 통과해야 하므로 빨라도 반년이 걸릴 것이다. 민진당과 국민당이 동성애자를 ‘특별한’ 국민 취급하는 ‘동성결혼 특별법’이 아니라 동성결혼을 민법에 포함시키는 안을 지지하도록 ‘혼인평권 작은 꿀벌’ 등 동성애 차별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경계를 풀지 말고 운동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출처: <노동자 연대> 192호